유독 한국인들의 대화에는 단어 '밥'이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밥은 먹었니?"부터 사람과 약속을 잡는 "밥 한번 먹자!", 밥(먹는 것)이 들어간 표현까지 밥에 진심인 나라 한국, 그 심리를 알아보겠습니다.
밥은 먹었니?
지하철을 타고 퇴근할 때였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무심코 보던 쇼츠에서 "아이고~ 강프로~ 밥은 잡쉈어?"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나왔다. 정말 찰진 대사였다. 그 때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아들~ 밥은 먹었니?" 부모님과 통화를 하게 되면 "잘 지내니? 몸 건강은 어떠니?"보다 항상 처음에 하시는 말씀이다.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러하시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항상 먹는 밥! 왜 먹었는지 궁금할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6.25 전쟁 이후 대한민국에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지독한 가난이 찾아왔고, 가난 뒤에는 항상 배고픔이 뒤따랐다. 삼시세끼를 먹는 것은 꿈도 못 꾸었으며, 흰밥은 먹지는 못하고 들어만 본 음식이었다. 밥을 제 때 못 먹었던 그 시절, 사람들의 안부는 "밥 먹었니?"였다. 영화 아바타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나는 당신을 봅니다.", "I see you."라고 표현했던 것이 생각났다. "밥 먹었니?"라는 말은 아픈 시대상을 담고 있는 말이지만 싫지 않은 말이다. 현재 이 말을 슬프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대가 좋아졌다. "밥 먹었니?"라는 질문에 "뭐 먹었니?"가 더해진다. 이제 먹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무엇을,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와 먹었니?를 물어보는 시대가 되었다.
밥 한번 먹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질 때 이 말을 하곤 한다. "언제 밥 한번 먹자!" 하지만, 그 사람과 다시 만나 밥을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말로 밥을 먹고자 했다면, 바로 일정을 잡았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사람도 의례하는 말이겠거니 하며 어느새 기억에서 지우곤 한다.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은 한국인에게 의례적인 표현 중 하나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않는 사람들에게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인 친구가 밥을 먹자고 해서 기다렸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어요."라며, 한국인을 이해 못하겠다고 한 인터뷰에 한국 사람들은 고객을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밥 한번 먹자!"라고 이야기를 들은 뒤 다시 연락이 와서 "지난번에 같이 밥 먹자고 했잖아? 언제 가능하니?"라고 듣는다면, 마치 집을 청소하다 잊어버렸던 돈을 찾은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그 사람이 나와 한 의례적인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나를 그저그런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보며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밥 한번 먹자!"라고 이야기 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꼭 다시 연락해서 그 약속을 지켜보는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밥(먹는 것)이 들어간 표현
우리나라 말에는 밥(먹는 것)이 들어간 표현이 정말 많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 때 "밥 먹고 살기 힘들다.", 앞으로의 일을 고민할 때 "뭐 먹고 실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금강산도 식후경", 힘들거나 지친 사람에게 밥을 권할 때 "밥이 보약이다.", 성격이 별로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 밥맛 없어", 특정한 일을 잘하면 "여기 맛집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 조금의 노력으로 같이 하면 "밥상에 숟가락 얹기", 일을 못할 때는 "밥값을 못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가족처럼 부를 때 "한솥밥을 먹고 산다.", 서로 어울리는 것끼리 짝을 이루면 "그 나물에 그 밥", 거의 다 된 일을 끝판에 망치게 되면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중요한 일을 잘못하면 "넌 오늘 국물도 없어", 고마울 때 "밥 한번 살게", 밥을 먹고 있을 때는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때린다.", 일이 급할 때는 "찬밥 더운밥 가리다.", 쉬운 일을 할 때 "누워서 떡 먹기" 거짓말을 할 때 "닭 잡아먹고 오리 발 내놓기", 원인과 결말을 이야기할 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싫은 일을 마지못해 억지로 하게 될 때 "울며 겨자 먹기", 일의 순서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서두를 때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 일이 어떻게 될지는 결과를 보아야 알 수 있다는 "밥인지 죽인지는 솥뚜껑을 열어 보아야 안다" 정말 많은 표현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밥에 진심인 나라 한국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맛있는 밥 드시고 다음에 더 유익한 내용으로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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